벌초 2026.09.05 > 행복한가족

본문 바로가기

행복한가족

[2026] 벌초 2026.09.05

profile_image
즐거운동행
2026-09-07 07:38 58 0

가을을 맞으며 다녀온 벌초길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벌초 날이다. 계절은 어느새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고, 아침 공기에도 조금씩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오늘 벌초에는 사촌 형과 사촌 내외, 그리고 나와 아내까지 모두 다섯 명이 함께했다. 오전 8시부터 예초기를 돌리며 조상님 묘 주변의 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무성하게 자란 풀을 하나씩 베어내고 묘 주변을 정돈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흘러 있었다. 함께 땀을 흘리며 일을 하다 보니 힘은 들었지만,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을 생각하고 고향의 풍경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10시 30분쯤 벌초를 마무리할 무렵, 반가운 얼굴이 찾아왔다.
동네 친구인 이향규가 커피 세 잔을 들고 벌초하는 곳까지 찾아온 것이다.

잠시 예초기를 내려놓고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친구가 큰딸의 결혼 소식을 전했다. 오는 10월 3일 토요일, 대전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한다. 큰딸의 나이가 벌써 32살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함께 뛰놀던 동네 친구들이 이제는 자녀를 결혼시키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벌초를 모두 마친 뒤에는 서천에 있는 추어탕집으로 자리를 옮겨 점심을 함께했다. 아침부터 땀을 흘린 뒤라 그런지 따뜻한 추어탕 한 그릇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벌초 이야기도 나누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 이야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하루를 이어갔다.

그런데 아쉬운 일이 하나 있었다.

시골집 마당은 아직 예초기 작업을 하지 못했다. 작업을 시작하려고 보니 예초기의 진동을 흡수해 주는 진동고무 부품이 오래되어 끊어진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작업하기보다는 필요한 부품을 구입해 수리한 뒤 다시 작업하기로 했다.

다음 주에는 부품을 준비해서 다시 시골집에 내려갈 예정이다.
마당의 풀도 정리하고,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시골집도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다.

벌초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해마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는 조금씩 달라진다.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이어지고, 친구의 자녀가 어느새 결혼을 앞둔 어른이 되어 있다. 그렇게 세월은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올해의 벌초도 그렇게 한 장의 기억으로 남았다.
가족과 함께 땀 흘렸던 시간, 오랜 친구가 건네준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고향에서 함께 나눈 점심 한 끼.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지만, 지나고 나면 이런 평범한 하루가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본문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187 건 - 1 페이지
게시판 전체검색